[한경에세이] 최선을 다한 이유

입력 2022-08-25 17:51   수정 2022-08-26 00:09

필자는 기업인 출신으로 공모를 통해 학교에 부임한 4년 전, 수백 명 학생의 맑은 눈망울을 기억한다. 그때 결심했다. 이들을 행복하게 하자! 그러려면 먼저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기 위해 최선을 다하자!

우선, 선생님과 친해지려고 복도에서 먼저 인사했다. 학교 내 교직원 동아리에 모두 가입해 테니스와 실내야구도 하고 프로야구, 농구 응원을 함께하고 영화며 뮤지컬 공연도 같이 갔다. 취업 지도에 헌신하는 교사들을 비롯해 부서별 간담회도 자주 하고 그들의 얘기에 귀 기울였다.

선생님을 축하했다. 생일날마다 축하방(교장실)으로 교사들을 초청해 작은 축하 파티를 열었다. 매년 스승의 날 아침에는 교문에서 카네이션을 한 송이씩 드렸다. 본인의 강의 모습을 본 적이 없다기에 모든 수업 참관 시 조용히 수업 장면을 사진으로 찍어 전했다.

교사 뮤지컬 단체의 배우인 선생님에게는 공연장에 가서 꽃다발로 응원하고, 한여름 복날에는 팥빙수와 우유를 밀차에 밀고 다니면서 모든 교무실에 돌렸다.

선생님을 위로했다. 코로나로 중단되기도 했지만 궂은일이 생긴 교사를 찾아가 위로했다. 코로나 확진으로 격리된 분에게 학교 일은 다 잊고 푹 쉬라고 위로의 문자를 두세 번씩 보냈다. 야간자율학습 순회 시에는 건강음료로 격려했다.

선생님 의견을 들었다. 코로나 이전까지는 전교직원회의를 원탁식으로 바꿔 자유 토론하면서 소통했다. 점심시간에는 항상 교사들 자리에 돌아가면서 앉아 함께 식사한 뒤 교정을 산책하며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았다.

선생님을 편하게 했다. 대면보고 결재는 대부분 없애고 이메일, 카톡, 문자, 전화 뭐든지 오케이 했다. 그리고 그날그날 집에서 밤늦게라도 원격 결재했다.

좋은 환경을 만들었다. 교직원 체력단련실과 여교사 휴게실을 전면 리모델링하고, 숙원사업이던 교무실별 개수대도 설치했다. 학과사무실을 이전 신설해 주고 현관 및 복도 코너를 카페형 휴게 공간으로 변신시켰다.

선생님을 격려했다. 필요한 출장, 연수, 대외활동을 무제한 권장했고, 해외 연수는 최대한 많이 기획해서 보냈다. 전교직원회의에서 항상 그 주간에 수고한 사항을 격려하고 모든 활동에 카톡, 문자 또는 전화로 축하하고 감사를 전했다. 전 교직원 화합 워크숍을 통해 컬링 경기, 자화상 그리기, 제주도 해양 활동도 함께했다.

일부 선생님이 감동했다고 말한다. 하지만 교사들은 대체로 속으로 느껴도 좀처럼 자신의 감정 표현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편하다.

‘선생님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려고 최선을 다한 이유는, ‘학생들을 조금 더 행복하게 해달라’는 부탁 단 한 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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